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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사람이 부동산을 좋아한 것은 한두 해가 아니지만, 거액 자산가조차 부동산에 베팅하기 시작한 것은 대단히 큰 변화라 생각된다. 왜냐하면 한국 자산가의 경우 부를 축적한 가장 일반적인 방법이 사업소득이었기 법무사 때문이다. “당신을 자산가로 만든 주된 원천이 무엇입니까”라는 질문에 대해 1순위로 사업소득을 꼽은 사람이 32.8%를 차지했고, 부동산(24.5%)과 상속·증여(18.3%)가 뒤를 이었다. 특히 8.5%를 차지한 근로소득까지 고려하면, 약 41.3%의 자산가가 사업과 근로소득을 통해 부를 일군 ‘자수성가형’ 부자라고 볼 수 있다. 이와 같은 인식은 최근 주택금융공사 전세자금대출 발표된 통계청의 『2017~2022년 소득 이동 통계』 내용과 일치한다. 통계에 따르면, 소득 하위 20% 계층이 상위 계층으로 이동할 확률이 한해도 30% 밑으로 내려가지 않았다. 이와 같은 강력한 역동성은 비단 소득 하위층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도표 파란 선에 잘 표시된 바와 같이, 2017년의 소득 상위 20% 계층이 5년 뒤에도 그 자리를 꾸준히 특강 유지하는 비율은 단 63.1%에 불과했다. 이렇듯 부유층조차 자신의 지위를 유지하지 못하는 이유는 한국 경제가 외부 충격에 대단히 취약하기 때문이다. 2017년 발생했던 주한미군의 고고도 미사일 방어 체계(THAAD) 배치 이후 벌어진 내수 불황을 떠올려보면 좋을 것 같다. 중국 정부는 한국인에 대한 비즈니스 비자 발급 절차를 강화한 데 이어 한류 콘텐트 박해수 방영을 제한함으로써 한국 경제에 심대한 타격을 입혔다. 연 1000만 명이 넘는 중국 관광객을 대상으로 화장품이나 숙박 음식료 사업을 확장했던 이들은 아마 영원히 일어서지 못하는 타격을 입었을지도 모른다.
그래픽=남미가 nam.miga@joongang.co.kr
끊임없이 외부 충격에 시달리다 보니, 부유층조차 불안에 시달리는 경우를 종종 접하게 된다. 거액의 자산가조차 자신의 자산 수준을 매우 낮게 평가하는 일이 비일비재한 데다, 심지어 자신의 사업이 갑자기 어려움에 부닥쳐 하류계층으로 떨어질 수 있다는 공포감을 내비치는 고객이 적지 않다. 상황이 이러하다 보니, ‘에셋파킹’이라는 신조어가 자산관리 업계의 유행어로 자리 잡은 지 오래되었다. 에셋파킹이란 사업이나 투자 등으로 벌어둔 돈을 상업용 부동산에 투자하는 것을 지칭하는데, 최근에는 이름만 들으면 바로 아는 인지도를 갖춘 고가의 아파트도 투자 대상으로 부각되고 있다. 이 대목에서 한 가지 의문이 제기된다. 한국 부동산도 매우 변동성이 큰데, 파킹이라는 표현은 너무 과장된 것이 아닐까? 필자가 보기에 ‘파킹’이라는 표현을 쓴 이유는 상대적인 안정성 때문인 것 같다. 아래 표는 1986년 이후 아파트 가격과 KOSPI의 관계를 보여주는데, 아파트 투자가 압도적인 우위를 누리고 있음을 발견할 수 있다. 수익률이 높은 것은 물론이거니와, 변동성도 낮기 때문이다. 가장 대표적인 시기가 1997년 외환위기로, 당시 KOSPI는 80%에 가까운 하락률을 기록했지만, 아파트가격지수는 하락률이 20%에도 미치지 못했다. 이처럼 부동산 가격의 하락 폭이 작은 이유는 임대료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전세는 임차인이 집주인에게 무이자로 돈을 빌려주는 형태를 취하기에, 자기 집에 거주하는 만큼 이 비용을 아끼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따라서 주택 보유의 이점이 눈앞에 보이기에, 주식과 달리 실수요자에 의한 매수를 기대할 수 있다. 두 번째 매력 포인트는 표준화에 따른 유동성의 증가다. 1980년대 말의 신도시 건설을 계기로 아파트가 지배적인 주거문화로 떠오르며, 주택가격의 비교가 손쉬워진 것이 큰 영향을 미쳤다. 특히 2006년부터는 실거래가격 통계가 제공되면서 더욱 통계의 투명성이 높아졌다. 수많은 종목으로 구성된 주식시장과 달리, 거래가 빈번한 아파트를 보유하는 것이 유동성 면에서도 나쁜 선택이 아니게 된 것이다.
주식 등 금융자산보다 부동산에 대한 선호가 더 높아진 이유를 설명하다 보니, 혹시 한국의 젊은 세대도 부동산 위주의 포트폴리오를 가질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왜냐하면 2020년 코로나 팬데믹 이후, 밀레니얼 세대가 시장에 뛰어들었지만 이들이 성공적인 투자의 경험을 누렸을지 의문이기 때문이다. 특히 자본시장연구원이 2021년에 발간한 보고서 『코로나19 국면의 개인투자자: 투자행태와 투자성과』에 따르면, 인상적인 강세장이 펼쳐졌음에도 개인 투자자의 실질적인 수익률이 마이너스라는 사실을 밝힌 바 있다. 필자가 금융업계에 뛰어들던 1996년, 많은 선배가 “그런 위험한 분야에 뛰어들 이유가 있나”며 말렸던 기억이 선명하다. 80년대의 강세장 이후 약 10년에 이르는 기나긴 불황을 겪었던 한국의 베이비 붐 세대 입장에서, 주식은 가까이하면 위험한 대상처럼 여겨졌다. 부디 밀레니얼 세대까지 국내 주식 혐오증이 퍼지기 전에, 선진적인 주식투자의 문화를 형성할 제도적 변화가 출현하기 바라는 마음이 간절하다.
홍춘욱 프리즘투자자문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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